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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는 곳

콜플이 일제를 미화한다..?

니흠 2008. 11. 26. 01:31

한달 전쯤에 친구한테 우연히 얘기 하나를 들었다. 콜드플레이가 일제를 미화하는 영상을 공연 도중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공연하면서 뒤의 배경영상으로 (일제 당시의) 일본군이 행진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종이나비를 쫙 뿌렸고, 그 때 사람들이 환호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자기도 그 공연을 직접 갔던 사람의 블로그에서 본 글이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생각은 '음...콜드플레이가?' 였다. 내가 아는 한 콜드플레이는 정치적으로 '올바른'(적어도 '올바르고자 노력하는') 밴드 중 하나이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정치색이 좀 더 확연히 드러났을 뿐이지, 이전에도 공정무역 관련 콘서트(아마 라디오헤드의 탐욕 형도 참여했었던 것 같다)에도 참여하는 등의 활동이 있었다.
(그 외에도 각종 다른 활동들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http://en.wikipedia.org/wiki/Coldplay#Activism 참조)

그래놓고선 한달 정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요즈음 보컬 크리스 마틴이 해체얘기를 꺼낸 것(이것도 농담이란 얘기가 있다만)과 맞물려, '콜플 해체 기념 막장 콘서트 동영상' 식으로 얘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공연 곡은 Lovers in Japan 이였다.

(논란의 글들)
http://cyplaza.cyworld.com/plaza/bbs/bbs_view.asp?BBSCode=0501&ItemNum=20081123233319819120&ListType=1&CurrentPage=1
(이건 동영상도 같이 있는데 공연실황을 촬영한 것이다)

http://hgc.saramin.co.kr/zboard/view.php?id=gworld0707&page=1&sn1=&divpage=19&category=1&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1321


실제 공연 동영상 (2008 AMA 시상식이라고 한다): 대략 1분~1분 15초 즈음에 문제의 부분이 나온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1649906&q=ama&searchType=0&sort=wtime&svctype=1

어떤가?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보이는가? 공연하면서 일제 영상이 나온 것은 10초가량도 안된다. 그리고 종이나비는 노래 멜로디가 바뀔 때 뿌려졌을뿐이고, 이것은 단순히 극적 효과를 노린 것에 불과하다. 비록 그 '문제의' 행진 동영상이 나온 후에 뿌려지기는 했지만, 결코 영상이 나오면서 동시에 뿌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환호했다는 것은 종이나비가 뿌려져서이지 군국주의 영상을 보고 환호한 것은 아닐 것이다(도대체 누가 군대행진 모습을 보고 환호할까. 군인 페티쉬도 아니고). 아, 종이나비는 Lovers in Japan의 뮤비에서도 등장한다.
행진하는 일본군(직접 찍은 실황 동영상에서는 일본군인지 확인할 수 있다)은 맥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라는 보편적(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극한상황을 일본군라는 특수한 예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콜드플레이의 평소에 가진 태도는 반전임이 틀림없다. 일본을 좋아하는 것도 분명하지만 말이다. 반전과 일본을 놓고 비교한다면 반전이 더 일반적이고 또한 상위의 개념이라는 거다. 일본을 좋아한다고 일본이 일으킨 전쟁까지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그걸 난데없이 제목이 단지 Lovers in Japan 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제찬양과 엮을 수 있나??
 
'모던락(ㅋㅋㅋㅋ)'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하면 이번에 나온 콜플 뮤비를 좋든싫든 봤을 것이다. 콜플의 Violet hill 뮤직비디오를 보자.

 이라크전과 전쟁의 주도자인 부시,블레어 까는 모습을 보지 못했나?

콜드플레이가 평소에 일본을 좋아한다는게 몇몇 이들이 콜플을 '저의'를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맞다. 콜드플레이가 일본 좋아하는 건 뭐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실제로 보았을 때도 그랬었고. 그렇다고 이들이 일제가 일으킨 전쟁까지 찬양할 '맹목적인' 넘들이라고 보는건 누가 생각해도 논리비약일 것이다. 오히려 평소의 콜플의 사회 활동을 볼때 사랑할 것은 사랑하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게 더 합리적인 설명일 것이다.

(내 주제에 함부로 누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몇몇 네티즌들의 성급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은 득보다 해가 많다.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독자들마저 겹쳐지면 마녀사냥을 위한 탄탄한 터가 닦이는 셈이다. 자기만 잘나고 의식있고 항상 각성된 사람이 아니다. 뭘 말할 때 맥락을 파악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의 기본소양은 있어야 한다. 외국 포럼 어디에도 '콜플 AMA 사건' 식으로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콜플 싫어한다면 싫어한다고 하는게 낫다. 빈약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어설프게 설득하려하느니, 차라리 그 부분은 개인적,감정적 선호의 문제로 남기는게 낫다. 원래 음악과 같은 취향에서는 합리성이란게 잘 안먹히기 쉬우니까.



위의 글은 14/07/27에 오타 및 일부 단어를 수정한 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