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스 "Members Only" 리뷰 번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스 시즌은 5번째지만, 에피소드로서는 시즌6의 1~3화 역시 최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2,3 화는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울 실험적 상징으로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튼 소프라노스 보며 재밌게 읽었던 AV Club의 Todd VanDerWerff의 리뷰 일부를 번역해본다. 일단 스타트는 시즌 6의 첫번째 에피소드 "Members Only."
출처 : http://www.avclub.com/tvclub/the-sopranos-members-only-71813
[괄호표시]는 번역하며 의미상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임의로 삽입한 부분. (괄호표시)는 원작자의 괄호이다. 참고로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다음 에피소드를 본 후 이 글을 읽는 걸 추천한다.
"멤버스 온리"
두가지 길밖에 없는 [이 에피소드에서]… 빠져나가라
토니 소프라노는 정확히 표현했다 -- 그가 속한 비즈니스에는 오로지 두가지 출구만이 있다고. 너는 죽거나 혹은 감옥행이라고. 소프라노스 시즌 6의 개막작은 바로 이런 [마피아] 인생이 (어쩌면 모든 인생이) 네 전체를 가두며, 삼켜가는 것에 관한 것이다...그러니까 죽음이나 감방이 꽤 괜찮은 옵션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을 두 명을 포함해 여럿이 죽지만, 아무도 빗발치는 총격에서 사망하진 않는다. 총에 맞는 유일한 사람은 주인공인데, 이는 그저 실성함으로써 ‘죽음이냐 감방이냐’를 피하는데 몰두한 연약한 노인에 의해 벌어진다. 한마디로, 이 에피소드는 그다지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다.
이 에피소드는 잔혹하며 동시에 충격적인 클라이맥틱한 장면들로 유명하다, 이 에피소드를 실시간으로 봤던 사람들은 아마도 주니어가 토니를 쐈을때, 그들의 사고 과정이 정확히 어땠는 지 기억할 거다. 그들이 작가 데이비드 체이스David Chase가 마지막 시즌에서 어떤 주제에 천착할 지 깨달았을 때 말이다. 체이스가 정말로 마지막 시즌 첫째 에피소드 방영 중에 토니 소프라노를 죽일까? 늘 그래왔듯, 그는 어느쪽인지 명시하지 않는다. 부엌까지 몸을 이끌고 와, 바닥에 피를 흘리며 토니는 911에 통화를 거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수화기에 아무 말도 못한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통화]담당자가 이 모든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누군가를 집에 파견하거나, 또는 재니스와 바비가 별 이유없이 이 집에 들리는 경우뿐이다(후자는 그다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 마지막 장면들이 이 에피소드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기억을 압도하는 만큼, 다른 엄청난 일들이 여기서 일어나는지 잊기도 쉽다. 오프닝 몽타주는, 우리가 등장인물들을 마지막으로 본 이래 지난 일년여 동안 사건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데, 이는 윌리엄 버로우즈가 죽음에 관한 고대 이집트 신앙에 관해 음침한 선언문들을 읽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여기에는 Eugene Pontecorvo가 마피아에서 은퇴하려는 시도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또 Ray Curto가 Sanseverino 요원과 차 속에 있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것에서부터, 커토의 장례식에 조직폭력배들이 모여서 (밀고자인 줄 몰랐던 바로 그) 망자에 대한 예를 표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훌륭한 컷도 있다. 재결합의 열정이 식고, 벌써 루즈한 패턴에 빠진 토니와 카멜라의 새로운 단골 스시 식당에의 잦은 방문 장면도 있다. (토니는 부인에 대한 열정보다 스시에 대한 열정이 훨씬 더 큰 것처럼 보인다; 그는 심지어 이걸 가지고 농담까지 한다) 그리고 엉클 주니어가 뒷마당에 묻었다고 주장하는 4만불을 찾는데의 집착, 또한 이미 죽은 지 오래된 푸시 말랑가의 빚을 받고자 하는 데의 집착도 나온다.
내가 이 에피소드에서 좋아하는 점은 바로 그 종국성(sense of finality)에 있다. 당연히, 이 시리즈를 봤던 사람들은 이게 바로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테다(비록 마지막 시즌이 몇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될지는 몰랐을 지언정). 그러나 여기에는 모든 일의 저변에 아무렇지도 않게 공포감이 기어 올라온다. 텔레비전 쇼의 마지막 시즌은 대개 이전 시즌엔 불가능해보였던 변화들을 다룬다. 너무나 자주, 다른 텔레비전 시리즈는 매 시즌마다 현상 유지(status quo)에 골몰하기에, 변화(‘진짜 변화’ 말이다)가 시작하는 순간, 시청자들이 결말이 머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소프라노스’는 다소 꾸준히 변화를 즐겨온 시리즈이다. 등장인물들은 살해당하고, 토니와 카멜라의 결혼은 파탄나고, 사람들은 새 연애를 하거나, 옛 연애를 되살려 왔다. 그러나 이 쇼는 우리에게 어떻게든 알게 했다 - 이들은 변하지 않고, 변화하는 외부환경도 이들의 내면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사건들은 결국 정상화되곤 했다. 물론 죽은 사람들이 부활했다는 건 아니지만, 토니와 카멜라의 결혼은 머지 않아 재봉합되었다. 연애관계는 습관화됐고, 재니스와 바비의 결혼도 그들을 그다지 바꾸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이 항상 그래왔던 굴레 속으로 조금 더 가라앉을 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보듯 재니스는 더이상 아기에게 따뜻하게 굴지 않고, 바비는 이미 재니스를 피하기 위한 비대립적 수단을 찾아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우리 통제 밖에 있다. 토니는 재결합에는 성공했지만, 엉클 주니어의 정신을 재결합하진 못한다. 그는 과거를 조작할 순 있다 - 그가 어머니를 베개로 질식사시키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거나, 그녀가 “양로원” 대신 “사설 요양원”에 있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토니가 삼촌을 보호 감호 시설에 들어가는 걸 막은 행동의 결과로, 그는 총상을 입고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에피소드 초반부에서 해리스 요원은 차를 급히 세우고 토하는데 (메타 비평 비슷하게, 그의 파트너 요원이 “미국 대중의 취향을 과소평가해서 실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라고 말한 이후에 말이다), 이는 해리스가 조폭 담당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대테러 업무가 과중하다는 뜻으로 보임]. FBI는 대테러 업무를 더 필요로 하고, 그와 토니는 Satriale’s 앞에서 마주치더라도 이제 서로를 거의 과거 동료처럼 조심스럽게 대할 수 있다. 세계는 변하고 있고, 좋았던 옛 시절을 추동했던 것들은 이제 거의 빠져나가 버렸다.
바로 이러한 회색빛, 장례식장같은 분위기가 이 에피소드가 최종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내가 마지막 시즌 내내 얘기할 테지만, 모든 에피소드들은 종말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훌륭하게 전달한다 - 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음에도 말이다. 필 리오타도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모두에게 총질을 하거나, 토니 부하의 멍청한 실수가 그들 전체를 궁지로 몰아넣을 것 같다는 느낌이 항시 감돈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바로 토니의 계속된 행운이 실은 (거의 기적적으로) 다른 모든 이들의 불행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 토니는 이 사실을 절대 모를 테지만, FBI 밀고자였던 레이와 유진의 죽음 덕에 이들 몫의 인건비가 줄어든다. 물론 그 후, 아주 오랫동안 죽음을 용케 면해왔던 토니는 그 값을 치른다. [*스포일러 주의] (나는 토니가 살아남는다고 말하는 게 스포일러라곤 생각치 않는다. 2006년 당시에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나 분명한 건 이건 그에게 최대로 심각한 부상이란 거다) 모두는 조만간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종종 비판받는 플롯 라인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유진의 마지막 나날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돈을 상속받고, 조폭계를 떠나고 싶어하는 그 말이다. 그러나 그는 토니와 FBI 조력자들에게 모두 거절 당한다. 그는 뉴저지를 떠나기에는 이미 두 조직에 너무 깊이 빠져있다. 이게 그의 삶이다. 유일한 출구는 죽음이나 감옥뿐이다; 정보원이 되는 것은 출구가 ‘아니다’. 왜냐면 FBI는 절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FBI는 도대체 얼마 동안 이 조사를 벌여왔는가? 또 토니에 관해서 도대체 얼마큼 알았는가?
그래서 유진은 죽음을 택한다.
유진이 아들(마약 문제로 인해 유진의 아내가 플로리다로 이주하고 조폭생활을 완전히 청산하려는 희망을 격화시키는 그 아이)의 사진을 바라보면서부터, 플로리다 해변에서 얻었을 조개껍데기를 집으며, 목을 매달기 까지에 이르는 시퀀스(빠른 커트들이 연속해서 나오는)는 능수능란하면서 또한 매우 감동적이다. 내가 이 시퀀스 전까지 유진에게 그다지 신경을 썼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시퀀스 끝에 도달하면, 유진은 다른 옵션이 없음을 깨닫는다는 게 명백해진다 -- 최소한 그의 가족의 생명과 재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는 말이다. 그의 선택지에는 어둡고, 거의 거부할 수 없는 논리성이 존재한다. 이것을 체이스와 에피소드 작가인 Terence Winter (이 각본으로 에미상을 수상), 그리고 감독 Tim Van Patten 은 1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연속된 3개의 샷을 통해 보여준다. 이는 불가피해보인다. 이는 거의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죽음이 에피소드 전체에 드리워져 있음에도, 등장인물들이 실제 죽는 순간 만큼에는 그렇지 않다. 오프닝 몽타주 -- 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 는 윌리엄 버로우즈의 산문 낭독이 반주로 깔려있다. 이는 이집트 신화에서 7가지 영혼에 관한 것으로, 영혼들이 죽으며 육체를 빠져나가는 순서로 되어 있다. 에피소드는 흔한 역설적 대치 효과를 노리기 위해 반주를 사용한다. 몇개는 뻔한 반면(버로우즈가 “배신”을 언급할 때 카메라가 레이 커토에 포커스하는 것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일부는 약간 생각해봐야 한다. 일례로, 왜 재니스가 ‘감독관the Director’로 등장하는가? 그녀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을 소프라노 가문에서 ‘모성’의 지독함에 대한 상기reminder라고 우리가 받아들이라는 것일까? 이는 분명 환상적 시퀀스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이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의 낙인을 찍는 것이기도 하다(이들이 죽는 장면을 보게 되진 못하더라도). 그래서 어찌 된다는 거지?
“그래서 어찌 된다는 거지?” 란 질문은 모든 드라마의 마지막 시즌에 나오는 중요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보통 드라마에는 결말에 이르는 이유를 숙고하는 대신, 아무튼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궁금해 하고, 대답으로 서두르는 경향이 존재한다. 충격적 클라이맥스에도 불구하고,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등장인물들의 지난 다섯 시즌 동안의 여정을 숙고할 것을 강조하고,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이것을 일깨운다 -- 유진의 사진과 주니어가 토니로 하여금 땅을 파게 한 돈뭉치를 통해, 바로 그들이 공유한 과거는 드라마 시작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 말이다. ‘소프라노스’는 거대한 시즌 오프닝 몽타주를 선호해왔고, 이를 통해 우리는 등장인물들이 마지막으로 보인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쇼는 당시에 무려 21개월 동안 휴식한 상태였다. 따라서 첫 에피소드가 시청자를 다시 소프라노스의 세계 안으로 초대하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것이라는 게 사람들의 당연한 기대였다. 예를 들어, 비토가 살을 많이 뺐다든가, 카멜라의 집이 계획과 달리 잘 안된 것이라든지의 사건들로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쇼는, 예를 들어, 시즌 2 의 오프닝 씬같은 좋았던 시절은 멀고도 먼 과거라는 걸 강조한다. 우리는 이제 종말에 들어섰고, 주변에 상존하는 죽음은 모든 것을 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쇼에 놀라운 점이 남아 있긴 할까? [*스포일러 주의] 토니가 죽지 않음에도 이 에피소드를 효과적인 클리프행어로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 지 말이다. 우리는 토니가 살 것임을 알지만, 에피소드는 그가 정말 생존한다면 그의 영혼(다른 등장인물들의 영혼도)이 어떤 상태일 지 궁금하게끔 만든다. 버로우즈의 낭독은 모든 ‘개인’은 7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쇼의 편집은 각 ‘등장인물’을 그 7개의 영혼 각각과 짝짓는다. 마치 그들이 한 묶음으로서, 갈수록 게을러져서 기능 장애가 된 한 개인의 육체를 구성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카메라가 토니의 체중 증가를 내내 담는 것에 주목하라). ‘소프라노스’는 단 한번도 등장인물들이 더 거대한 목적을 위해 뭉친 집단의 일부라고 암시한 적이 없다. 실제로, 조폭 정치학은 대개 (종종 코믹한) 중상과 뒷담화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이들 중 누구라도 (심지어 레이 혹은 유진이더라도) 죽는다면 전체의 일부가 죽는다는 것을 믿게 된다. 세계는 작아지고, 유령들이 몰려온다. 모두의 운이 다했다. 그러면 어찌 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