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음악

Dungen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6. 00:00

누구에게나 비밀병기 밴드가 한 두개쯤 있을 것이다. 이런 밴드는 친구에게 '님 얘네 암?' 등의 말과 함께 권해지곤 한다. '나는 이런 밴드도 안다' 하는 소박한 우월감과 함께 말이다.


Dungen. 한글로 굳이 표기하자면 '됭언(둥언)' ( Swedish: "the grove; 작은 숲", pronounced [ˈdɵŋən], or roughly "DOONG-un"  -출처:위키백과) 이 가장 가까운 발음일 터이다. 비록 여태까지는 던젠으로 읽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익숙한 '던젠'으로 써야지)


피치포크에서 9.3이라는 높은 평점과 베스트 뉴 뮤직으로 선택된 전력때문에 알 사람은 다 아는 밴드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친구들은 던젠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마 두가지 이유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첫째는 '스웨덴 출신' 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장르' 때문이라고 과감히 추측해본다.

북유럽의 음악 강국인 스웨덴은 팝, 일렉트로니카, 메탈은 물론이거니와 90년대부터는 인디에서도 the Cardigans 필두로 종종 알짜인 밴드들을 배출하곤 했다. 비단 북유럽을 넘어서 유럽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음악 강국으로 볼 수 있다. 스웨덴은 (단연 압도적인 영국을 제외하고는) 복고적 취향에 다소 발목이 잡힌 듯한 프랑스를 앞서며 질높은 음악들을 대거 뿜어냈다. 00년대 후반부터 미국 아류의 클럽 댄스 음악 가수들(Swedish House Mafia, Avicii 류)로만 주목 받으며 주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은 가수들(Robyn, Lykkie Li, 그리고 앞서 두명만큼은 아니지만 Annie 등)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웨덴 음악 씬의 높은 수준을 방증해준다. 

한편 유명한 스웨덴 인디 밴드인 Kent도 가끔 영어 노래를 부르는데 반해, 던젠은 별로 영어 가사에 집착하지 않는다. 가사는 물론이고 제목까지도 모두 스웨덴어이다(Festival, Panda, Mon amour 이 3곡의 제목만이 예외이다) 그래서 접근성이 무척 떨어지고, 가사도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흥얼거리기도 어렵다.


<mp3 : Ta det lugnt 앨범 마지막 트랙.>


던젠을 단 하나의 장르로 과감히 구분해 보라고 한다면 '싸이키델릭'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1,2집의 토속적인 냄새를 가미한 애시드 락에서 시작한 이들의 '싸이키델릭 행보'는 이들의 대표작인 'Ta Det Lugnt (타데렁)'(2004년) 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나에게 애시드 포크 등은 아무리 '애시드' '싸이키' 가 붙어도 포크이다. 그닥 정이 가는 장르는 아니다. 포크는 담백한 맛이 있지만 그 대신 가사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꽤나 심심한 장르이다. 대표작 '타데렁' 은 '포크'적인 모습에서 싸이키델릭한 '락'으로 급격하게 무게중심을 옮긴 음반이다. 거기에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그루브, 디스토션을 꽤 먹인 헤비 기타가 가세해서 탄생한 것이 '타데렁'이다. 물론 종종 보이는 재즈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던젠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 앨범이지만 '타데렁'은 확실히 복고적인 음반이다. 싸이키델릭 락의 문법에 충실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러한 2기사운드(아래 설명참조)와 가장 비슷한 밴드는 싸이키 대곡 'In-a-gadda-vida'의 Iron Butterfly가 아닐까 한다. 싸이키델릭+중동풍의 사운드는 던젠이 보여준 싸이키+스웨덴 풍의 구성과 매우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 '거짓말이야' 앨범의  신중현&더멘 도 무척 비슷하다.


한편,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은 3집'타데렁'을 앞두고 나뉜다. 1기는 포크적인 감성에 싸이키델릭이 조금 첨가되고, 60년대의 선샤인 팝적인 느낌도 섞여있다. 하지만 2기는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무거워지고, 각 트랙들의 텍스쳐도 상당히 두터워졌다.또 곡들의 길이도 5분 이상으로 늘어나고 말이다.(타데렁 곡들의 유려한 구성이 대표격). 아마 1기는 애시드 포크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2기는 싸이키델릭 락을 새롭게 구현하려는 목적 하에 그루브 등을 섞어보지 않았나 한다.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리더 Gustav Ejstes는 힙합을 많이 참조했다고 했다.



(위의 두 앨범을 1기, 밑의 2개를 2기로 놓아봅시다)


4집 'Tio Bitar 티오 비타르'는 3집에는 다소 못미치는 느낌이다. 싸이키델릭한 느낌도 다소 줄었고(전체적인 텍스처가 얇아진게 가장 큰원인이 아닌가 싶다. 어떤 면에서는 구성의 간결화를 꾀했다고 볼수도있지만), 무엇보다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던 그루브가 사라졌다. 음악적 변화인가? 5집에서는 부활을 기대하는 마음뿐이다.

마지막으로, 던젠은 리더 Gustav Ejstes의 원맨 밴드나 해도 다름이 없을 정도로 작곡,녹음에서 그의 비중이 무척 크다.

p.s. 이들의 라이브 클립을 보면 역시 타데렁은 스튜디오에서만 재현이 가능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이브에서는 앨범에서 곡들을 희미하게 감싸던 안개같은 음향효과들이 다 날라가 버린다. 이들은 Album Rock 밴드 인가?ㅠㅠ

p.s. 밴드의 또다른 음악적 핵이라는 Mattias Gustavsson도 2003년부터 솔로작을 준비해서 Life on Earth 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앨범을 발표했다고 한다. 앨범명은 Look!!! There is...(almost cool music의 리뷰) 라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밴드명과 앨범명이 아닌가?? 떠오르는건 Explosions in the Sky때문인듯??. 사운드는 던젠과 비슷하다고 하는군요. 저도 아직 안들어봐서...




이 글은 14년 9월에 약간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