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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실연을 4번 정도 관람했는데 (탄호이저, 발퀴레 2번, 트리스탄과 이졸데) 보고나면 대체로 이런 생각이 든다. 사실 실연뿐만 아니라 DVD 영상물을 관람해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1. 쩌는 전주곡에 부왁 한다. 예시 동영상 참조.




2. 1막(대개 1시간 30분 내외)은 항상 정말로 재밌다.

  : 요란한 음향효과에 감탄하며 '역시 이 맛에 바그너를 보는거지' 하며 만족해한다.


3. 2막 중반이 지나기 시작하면 상당히 졸리다.

   : 1막의 그 감흥은 사라지고 슬슬 비슷한 멜로디의 반복에 나른해진다.


3-1. 1막 인터미션 때 무언가를 먹지 않았다면 2막이 끝난 직후에는 배가 많이 고플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3막을 보지 않고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언가를 먹어서 이런 충동을 억제해야만 한다.


4. 3막에 접어들면 슬슬 엉덩이가 아프다.

  : 당연하다. 3시간 째 가만히 앉아있었으니.


5. 드디어 극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 그 이유는 마치 통증으로 인해 몽롱한 상태에서 모르핀을 맞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5. 공연이 끝나고, 열심히 박수를 친다.


5-1. 엉덩이가 아직도 아프다면 일어나서 박수를 친다. 이 박수는 

 (1) 4시간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박수이기도 하고

 (2) 똑같이 고생한 연주자들에 대한 격려의 박수.

 (3) 옆에서 졸면서 침을 흘렸지만 도대체 나가지는 않던 옆자리 관객의 집념에 대한 박수.

 (4) 마지막으로 아직도 바그너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작곡가에 대한 예우에서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