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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Memories Of Teardrops, 1991

 

기 같은 어린 시절, 그 순수함을 마음 가득히 품다 

 

<면장선거>에서 안퐁맨이 한 말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천사라는 것은 거짓이다. 반은 악마다.” 이 말이 맞는다고 믿지만, (그러나 악마로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천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아닌 우리들이, 제멋대로 상상하고 실망하며 만든 엉성한 문장에 불과하니까.) 그 부정적인 문장이 조금만 생각의 관점을 돌리면 이렇게 변한다. 바로 반은 천사임에 틀림 없다는 것. 그 천사는 바로 가까이에 있다. 천사라고 불려도 충분한, 날개를 (어른들이 보기엔 천연덕스러운 얼굴 까지 지어보이면서) 활짝 펴고 있는, 순수하고,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어린 시절 바로 ‘우리’가.

 

<추억은 방울방울>의 주인공인 타에코는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 그대로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어른이 되어 버린 이상, 조금은 때가 타고 먼지가 묻은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그래서일까? 고향 같은 익숙한 시골 여기저기서 자꾸만 초등학교 5학년인 ‘나’를 만난다. 어린 타에코는 훌쩍 커버린 자신의 모습 앞에 나타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우리는 마음 속 쌓인 먼지를 훌훌 털고 타에코의 일상에 귀를 기울인다.

 

 

자, 시작하자. 모두들 먼지는 다  털었지? 여기 편하기 서서 몸을 가볍게 해봐, 어서. 기지개 펴듯 팔을 올리고 가볍게 발을 굴러! 옳지.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하였고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세상 위에 붕 뜰 수 있었다. 물에서처럼 자유롭게 수영했고 침대에서처럼 나른하게 몸을 움직였고 팔을 쭉 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전진 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은 모두 12살의 타에코와 친구들이 알려주었다.

 

 

 

 

 

 

 

 

 

 

 

 

 

 

27살의 타에코는 별로 예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에 비해, 12살의 어린 타에코는 “동일 인물 맞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어린 타에코의 일상에서 그려지는 언니들이나 엄마는 어른인데도 굉장히 예쁜데, 어른 타에코를 예쁘게 그리지 않은 이유는 어린 타에코의 사랑스러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광대뼈가 신경 쓰이는) 27살 타에코가 떠올린 추억에서 12살 타에코의 모습은, 내가 “귀여워, 귀여워!”를 연발하면서 그런대로 순수함을 훌륭히 지키고 있는 커버린 타에코와도 연관시키고 싶지 않을 만큼 순수했다.

많은 천사(물론 억지날개를 매달아 주진 않았다.)들의 모습이 다뤄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드러난 사건은, 생리 소동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5학년 타에코와 여자아이들이 성교육을 받고는 어느새 타에코도 철부지 남자아이와는 다른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 여자아이들끼리 뭉쳐 “이건 여자아이들만의 비밀이야!”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급식시간, 한 남자아이가 소리친다. “요즘 여자아이들이 양호실에 팬티를 사러 간다던데?”

남자아이들이 왜 팬티를 사러 가냐며 전혀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궁금해 하고, 여자아이들은 무슨 창피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얼굴을 붉힐 때, 난 아이들의 순수함을 마음 가득히 품었다. 내 마음 속에 품은 아이들의 순수함은 넘쳐 흘렀고 뜨거운 열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 나도 그런 순수한 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전혀 저질이어서 물어본 것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듯 한 얼굴이었기에 용서했다. 그런데 이것 참, 내가 저 나이 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단지 저질적이어서 전혀 귀엽지 않은 천연덕스런 얼굴로 “생리가 뭐야?” 하고 물어보았단 말이다! 그것도 어찌 보면 귀엽게 봐줄 수 있을까? 어쨌든 타에코의 반 남자아이들은 “수영 팬티인가?” “빤스를 왜 사러 가?”하며 귀여웠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의외로 코믹한 모습도 그려내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타에코의 행동은 전혀 코믹하지 않겠지만, 우리들이 보기에는 기대에 한껏 부풀고 신나하며 눈동자까지 바뀐 타에코를 보고 킬킬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코믹한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마루코는 아홉 살>을 생각했는데, <추억은 방울방울>도 (미안하지만) 27살의 타에코 없이, 순수한 12살 타에코의 일상만 그려지는 형식으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믹하고 귀여운 어린아이의 감성에 매일매일 풍덩, 빠질 수 있게!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을 잘 그려냈고 또 한 가지, 농촌의 풍경도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답고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연푸른 하늘에 어느새 알록달록 노을빛이 스며들고, 산의 나무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농촌! 그런 아름다운 농촌을 보여주며 영화는 잊지 않고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주려한다.

많은 도시인들이 그렇듯, 타에코도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휴가를 보람차게 보내러 온 한 시골이 왠지 익숙하고, 그 곳이 고향 같은 느낌마저 든다. 타에코가 토시오의 말을 듣고 놀랐듯, 나도 놀랐다. 처음에 인간이 자연을 만들었다고 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인위적인 자연? 그런데 그 인간이 바로 “농부!”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농부가 만든 것은 항상 편안한 마음이 드니까.

어린 타에코를 만나는 곳을 굳이 농촌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막연한 동경을 깨어주기 위함일까. 타에코가 ‘농부의 부인이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하며 생각하고 깨달을 땐 나마저 느슨한 충고를 받은 느낌이었다. 무슨 교훈을 주고 싶었을까? 부정적인, 아니면 긍정적인?

 

이 영화는 어린아이의 감성, 순수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나날들을 우리 마음속에 추억하면서 미소 짓게 하였고 세상 위에 붕 떠서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게 했다. 어떤 분이 이 영화는 단지 추억만 그대로 나열해서 감동을 받지 못했다, 라고 했는데 난 억지감동을 주려는 어설픈 영화보다는 우리 스스로 어린 시절 순수한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추억은 방울방울>, 이 영화가 훨씬 훌륭하다고 본다.

추억은 방울방울(제목이 너무 귀엽다;ㅅ;). 제목 그대로 우리 마음 한 편에 방울져 있는 추억을 여행하는 건 어떨까. 자, 시작하자. 모두들 먼지는 다 털었지?

 

 

※타에코가 하늘을 나는 장면의 이미지의 출처는 작은나무(lovey0920)님의 블로그입니다^-^

   담아가실 때는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아니다 말들 많으신데 심지어 키워드가 잘못 됬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군요. <추억은 방울방울>은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을 맡았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프로듀서를 맡았습니다. 프로듀서를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키워드로 넣어도 무리 없다고 보는데요. 저는 미야자키를 좋아하고, 그가 프로듀서를 맡았기에 이 작품을 보았고, 이건 제 개인 블로그의 포스트니까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영화의 감독이라고 말한 적도 없구요. 댓글 삼가주세요.

 

이 영화가 재미없다시는 분들, 비추한다는 분들 혼자 생각하세요. 전 이 영화를 추천한다는 목적으로 쓴 글이아니라, 개인 블로그에 전 재미있게 봐서 느낌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시려면, 논리적으로 정중하게 말하세요. 님의 초딩 같은 말투를 다 받아주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목의 일본어에 대해서 지적하실 분들은, 네이버에 <추억은 방울방울> 제목을 쳐보세요. 저는 일본어에 관해 모르고, 많은 분들이 정중하게 지적하여 주셨음에 불구하고 네이버의 영화 정보를 따릅니다. おもひでぽろぽろ든 아니든, 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제 글이 정확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저 일본어를 기억하세요! 시험에 나옵니다." 도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