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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We Exist - Arcade Fire

니흠 2014. 5. 18. 15:53

(내 페북에 쓴 글..)



시사하는 점이 많은 뮤비. 주목받을 만한 요소는 많지만, 정말 '작품성 높은 뮤비인가?' 인지는 다소 유보적.

유튜브 코멘트 란에서는 난리가 났다. 특히 Kat이라는 성전환여성의 코멘트가 제일 눈에 띄는데,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그녀는 밴드들이 '주목과 찬사'를 받기 위해 성전환자들의 이슈를 사용한다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는데, 해당 비디오에 호모포비아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또 거기에 추천수가 많은 걸 보면, 격한 '주목'은 받았을지언정 '찬사' 일변도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밴드가 사회적 이슈에 높은 감수성을 보여온 그 동안의 행보를 볼 때, 이 뮤비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가 아닌가 싶다.


 *2014/07/13 덧: 아직도 LGBT의 인권이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한국 현실을 고려해 봤을 때 Kat의 발언은 한국에서는 투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또 주인공으로 (요즘 잘 나가는) 앤드류 가필드를 쓴 점에 대해서는 나도 의문이 드는데, 왜 굳이 이런 스타 배우를 썼여야만 했나 싶다. 여태까지 밴드의 뮤비는 대체로 멤버 본인들 혹은 이름모를 배우들이 출연하고도 묵직한 메시지(스파이크 존즈의 단편을 편집해 만든 The Suburbs라든지)를 던져주는데 성공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이런 배우의 출연은 내용 외적인 것으로 더 주목 받을 것이란 걸 몰랐던 것일까?

어쨌든 Kat의 입장이 이해는 된다. 성전환자 본인은 그들 실제 삶의 단면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뮤비가 피상적이라고 느낄 법도 하다. 나도 엔딩은 다소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뮤비에 공감했다는 성소수자의 의견도 있고(http://blogs.montrealgazette.com/2014/05/16/arcade-fire-we-exist-video-is-powerful/), 뮤비 자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하기 때문에(“’우리’는 존재한다” 아니던가?), 뮤비를 완전한 실패작으로 여기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결국, 이미 거대한 밴드가 되어버린 아케이드 파이어가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